재학생과졸업생 재학생수기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모험하는 자와 안주하는 자.” 난 아직 젊다. 내가 느낀 이것은 겜블링에도 적용이 된다. 모든 걸 걸고 모험을 하는 자는 크게 잃을 수도 있지만, 반면 가장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반면 안정적으로 게임을 그냥 즐기며 이어가고자 하는 자에겐 그 정도의 대가만이 돌아갈 뿐이다.
어느 한 블랙잭 테이블에 앉아 눈치를 살피다 옆 사람에게 5불짜리 칩 하나를 빌려다가 모험을 시작한다. 그게 20살의 나였다. 난 가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세상에 처음 발을 내 딪은 내가 기댈 곳이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신 부모님은 나에게 고등학교 졸업 후 안정적으로 시내의 농협에 취업하길 바라셨지만 난 불효 자식을 자초했다. 나에겐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내 꿈은 이제와 생각해 보면 소박한 것이었다. TV에서 보던 새파란 바닷가가 있고 흥겨운 리듬이 흘러나오던 아름다운 그런 섬에서 사는 것이었다.

수능 시험을 마친 나는 홀로 서울에 와서 친척 집에 얹혀 살면서 악착같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았다. 이듬해 나는 부모님 몰래 대학 원서를 냈다. 이것이 내가 인생에서 저지른 첫 번째 big deal이다. 대학 졸업 후 나는 꿈에 그리던 아름다운 섬 나라를 상상하며 해외 취업을 알아 보았고, 결국 치열한 경쟁 끝에 기회를 잡았다. 푸켓에 첫 발을 내 딛었을 때 막상 나의 발은 무뎠다. 나의 두번 째 big deal은 감격 이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꿈에 그리던 것을 이뤄낸 내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러웠고 꿋꿋하게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냈기에 부모님 앞에서도 언제나 당당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나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목표를 이룬 기쁨도 잠시였고 내가 하던 일에 대한 매너리즘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금 나를 찾아 들었다. 아름다운 바다는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나에겐 새로운 목표가 필요했다.

 “골프..그래! 골프!”

일상의 매너리즘에 무기력해져 가던 나에게 매번 생기를 불어 주는 것은 바로 골프였다. 그것은 내가 리조트에서 일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했다. 골프 산업이 날로 팽창하고 있음은 언제나 느껴오던 바였다. 마침 푸켓리조트에서의 업무 경력 역시 앞으로 도움이 될 것을 생각하니 하루하루 다시금 귀하게 느껴졌다. 나는 내 인생 세 번째 big deal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PGCC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주니어 전문 티칭 프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몇 달 뒤! 이미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었다.

가장 많은 KPGA들과 의사 금융인 등 각 업계 전문가들이 2nd career를 위해 진학한다는 1년 4개월 과정의 전문 골프 경영스쿨 PGCC!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칩을 미국의 PGCC에 올인 하기로 했다. 다시 모험을 시작한 것이다. 의지할 부모님도, 친구도 그렇다고 가진 것도 없었던 내가 무얼 믿고 다시 모험을 시작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첫 카드의 숫자가 7이다. 썩 좋지 않은 출발이다. 하지만 It’s fine. 다음 카드는 뒤집어 봐야 아니까…

유학에 대한 아무런 상식이 없던 나는 무작정 골프 전문 유학원인 올리브유학센터를 찾았다.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준비해서 실수 없이 떠나고 싶었다. 준비하는 동안 여러 고민들이 앞서기도 해서 혼란스러웠지만, 나는 큰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원장님은 내가 살아 온 이력과 경력을 보시고, 나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 주셨고, 이것이 나에겐 유일한 힘이 되어 주었다. 원장님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나는 이전 회사의 서울 본부에 남아 또 다시 푸켓으로 가야 하는지, 나는 어떤 미래를 꿈꾸어야 하는지 여전히 갈등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모님은 마지막까지 나의 모험에 심히 불쾌해 하셨다. 이제 적당히 결혼할 사람 만나서 안정적으로 가정도 꾸리고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부모님이기에 하실 수 있는 말씀들,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지만 가슴 한 켠으로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했다. 그리고 그것이 곧 오기로 변했을 때, 나는 이미 PGCC가 있는 테메큘라에 있었다.

최대한 지출을 줄여야 했다.

집도, 차도, 모바일 폰도….싼 것만을 찾아 해멨고, 결국 좋은 가격의 집과 좋은 플랜의 모바일 폰과 좋은 가격에 필요한 물품들을 다 구할 수 있었다. 차만 빼고…차는 역시 비싼 만큼 값어치를 하는가 보다. 미국에 와서 첫 번째 깨달음이다. 무작정 싼 차는 조심 대상이다.

학교 생활이 시작되었다. 푸켓에서 외국 생활을 해 본 나였지만, 모든 것이 낯설었다. 미국이란 나라, 그 나라 사람들, 수업. 와, 미국영어, 처음엔 진짜 장난 아니다. 들리는 듯 하다가도 어느 순간 확 안 들리기 시작하면 그 때 부턴 아무리 귀꼭지를 세워도 완전 안 들린다. 처음 한 달은 적응하고 따라 가기에 바빴다. 모든 상황을 한국 말로 접했다면 무지 쉬웠을 것 같은데 영어로 하는 수업은 해석과 이해를 동시에 진행하니 머릿 속이 과열되고 몇 배로 어려웠지만, 그래도 모든 것이 나에겐 설렘이고 기쁨이었다. 엄연한 나의 세번 째 big deal을 수행 중이지 않은가.

PGCC에서 나의 하루는 아침 7시 휴대폰 알람으로 시작된다. 언제나 나는 두번 째 알람 소리를 듣고 7시 5분에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정신 없이 씻고 썬크림을 대충 얼굴에 바르고 간단히 배를 채워 줄 아침거리를 찾아 먹는다.  7시 45분, 학교로 출발. 집에서 학교까지는 6분 정도 거리라서 이 정도로 출발해도 여유가 있다. 8시, 첫번 째 수업이 시작된다. 1교시는 그나마 정신 집중이 가장 잘되는 시간이다. 뒷 자리 미국 친구의 노트도 빌리고 사전도 찾아가며 수업을 듣곤 한다.

8시50분, 아자, 쉬는 시간이다. 쉬는 시간이 되자 마자 부랴부랴 학교 게시판으로 먼저 달려간다. 그곳에서 내가 라운딩하고 싶은 곳과 레슨 란을 찾아서 사인을 하기 위해서이다. 늦게 가면 좋은 골프장은 자리가 없기 일쑤이기 때문에 꼭 서둘러 들려야만 한다. 앗싸!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골프장에 자리가 남았다. 얼른 사인을 한다. 티타임은 1시30. 그 정도면 밥도 먹고 시간은 충분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다시 교실로 돌아간다.

9시 50분, 2교시 수업이 끝나고 나면, 학교로 food car가 온다. 우리 나라 과일장수 아저씨 처럼 차의 뒷 칸에는 햄버거부터 껌, 각종 음료수까지 없는 것이 없다. 바로 푸드 카로 달려가 인심 좋으신 아저씨한테 할인도 받으며 중간에 허기진 배를 채운다. 11시 50분, 드디어 수업이 끝난다.  Bye see ya! 를 외치며 집으로 집으로.. 집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라운딩을 위한 좀 더 세심한 준비를 마친 뒤 아까 사인했던 골프장으로 출발한다.

골프장에 도착하면 같이 사인한 앞,뒤 타임의 학교 친구들이 많이 보인다. 또 인사를 한다. 미국에서는 만날 때 마다 하루 열번이라도 인사를 ㅋㅋㅋ

“Hey! How are you doin?”
“Good, good, thanks”

미국 애들이 볼 때마다 저렇게 물어주는데, 나의 대답은 늘 식상하다. 대답 좀 바꿔야 하는데, 겸연쩍기도 하고, 뭐 꼭 나에게 질문을 한 것도 아니라 대충 이 정도 받아 주면 될 거란 생각에 나의 인사는 언제나 간단하다. 다음 학기에는 좀 색다른 인사로 준비해야쥐..

프로샵에 가서 PGCC학생 체크인을 한 뒤 티 박스로 향한다. 미리 같이 치기로 약속한 친구는 미리 와서 연습 중이다. 나도 일찍 와서 연습을 좀 했으면 좋았으련만 그래도 점심을 포기할 순 없었으니 후회 없이 티잉그라운드에 들어선다. 6시, 라운딩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간다. 샤워를 마치고 저녁을 준비해서 룸메이트와 하루의 일을 얘기하며 저녁을 먹는다. 저녁 8시, 다음 날의 과목을 체크하고 준비한 후 11시 경엔 침대로 고고씽.

숨막히는 순간….

딜러가 두번째의 카드를 나에게 건네준다.

“4”이다. 앗싸!!!

자신감이 붙었다. “4”라는 카드를 쥐게 해준 모든 상황에 감사했다.

그 다음은 무조건 HIT이다.

HIT!! HIT!!! HIT!!!

다음카드가 무엇이 오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후회 없이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면

아마 틀림없이 내인생의 다음숫자는 10이 나올 것이다.

이 곳이 골프 학교인 때문에 넉넉한 경비로 유학 온 친구들이 많이 있다. 나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미리 계획하고 준비한다. 그리고 그런 자세가 나의 유학을 내용적으로는 오히려 풍족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자신감 하나 들고 미국으로 건너 온 나, PGCC를 선택한 20대의 결정이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하고 훌륭한 big deal이었다는 것을 미래의 나에게 증명해 보이기 위해 언제나 노력하고 더 많이 공부하고 있다. PGCC를 선택하려고 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자신의 선택에 대한 자신감을 반드시 들고 오기를 바란다. 이것은 사실상 유학 비용 이나 그 무엇 보다 중요하다. 자신이 가진 두개 카드의 합의 16이라 해서 지레 겁먹고 스테이 하지말고 자신의 판단을 믿고 긍정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 이것만으로도 PGCC에 와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Good luck to U-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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